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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켰다. 지은이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야!

뭐야!

갑자기 말도 없이 나가고!

현욱인지 뭔지랑 있는 건 아니지?

너 CC 안 한다며, 정진이 기억 안 나?]


“휴우~”


김정진, 고등학교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한 반에서 2년 가까이 사귀다, 헤어졌던  첫사랑이었다.


반의 첫 커플이어서 자연스레 받게 된 시선은, 교내 행사에서도 정진이는 남자애들을 모으고, 민영이는 여자애들을 모으는 둥, 학교의 중심으로 우리 커플을 만들어주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정말 짜증 나는 고교 생활을 보내게 되었더랬다.

헤어지는 것 자체도 쉽지는 않았지만, 바로 같은 반에서 또 여자 친구를 만들고, 그 여자친구랑 손을 잡고 다닌  그놈에 대한 실망감도 컸었고, 또 변방으로 밀려나 은따 비슷하게 학교에서 겉돌게 되면서 많은 부분 사는 게 힘들었었다.


뭐 그 결과, 지은이라는 베프도 생기고, 엄청나게 공부해서 기대보다 좋은 대학에 이렇게 입학도 했으니까 다행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경험상 구설에 오르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나에게 저 사람은 너무 맘에 안 들게  다가왔다.


참 나. 창피하게 처음 보자마자 공개적으로 대시하는 게 어딨는가. 마음에 들면 조용히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천천히 썸을 탔어야지.


나는 짜증이 났다.


나는 지은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같이 있는 거 아니야. 그냥 분위기가 불편해서 일찍 나왔어.]

[그래, 잘했어. 난 어디 있는지 걱정했지.

근데 현욱 오빠가 잘 생기긴 했는데. 키도 크고, 피부도 좋고, 옷이 좀 구리긴 한데, 꾸미면 괜춘할 듯. 아냐 아냐 아냐 그래 봤자 삼수생이고 아직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함부로  헬렐레하지는 말고. 아.. 근데 좋겠다. 첫눈에 반하는 남자도 있고. ㅋㅋㅋ

야야야. 그래도 둘이 나갔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아, 몰라. 귀찮게 자꾸 집까지 쫒아오더니 전화번호 안 주면, 현관 앞까지 쫒아올 기세로 번호 달라고 해서 번호 던져 주고 집에 일단 왔어.

그런데 집에 잘 들어갔다는 문자 보내라고. 안 보내면 길에서 계속 기다릴 거라더라.]

[뭐야? 기다린다고? 뭐야? 삼수생이 아니라 복학생 아니야? 뭐가 이리 구리지? 야야 ㅋ 답하지 마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지 지켜봐 ㅋㅋㅋㅋ]

지은이의 짓궂은 말에 나는 습관적으로 ㅋㅋㅋ으로 답하려다가 멈칫했다.

현욱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두 손을 잠바 주머니에 넣고 하얀 입김을 내며,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을 현욱을 생각했다. 아마도 현욱 오빠는 어디가 우리 집일지  궁금해하며 거대한 아파트 산을 계속 지켜보고 있을 지도 몰랐다.

왠지 나는 흐뭇하면서도 미안해졌다.


추울 텐데...


나는 통화 목록의 현욱의 전번을 저장하고 카톡을 보냈다.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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