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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 회사에서 전화하는데 당신 노래가 컬러링으로 나왔다!!"


며칠 전, 생전 회사에서는 전화하는 법이 없는 성실장이 간만에 신나서 전화를 하더니 하는 말이다.

(현재 성실장은 낮에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성실장이 부러웠다. 광고 음악을 빼고는 나는 내 노래를 길가다가 들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길가다가 내 노래가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처음 텔레비전을 통해 내가 만든 노래를 들었을 때, 그 벅찼던 기분과 같겠지? 만약 내가 길을 걷다 내 노래를 듣게 된다면 나는 바로 동영상을 찍어야지. 누구에게라도 자랑할 수 있게.



노래로 날 기억해 주는 기쁨


그래도 오래 음악을 해왔기에, 내 노래는 은근이 광고, 영화, 드라마,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 등등 여러 분야에 간간이 사용되어왔다. 그래서 저작권료 상세 내역을 보면, 아주 소액이지만 여러 방면에 걸쳐 음악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저작권료 외에도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지고 있구나 확인하는 방법은 전화이다.


가끔 친구나 제자 등 지인들이 전화가 온다.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에서 내 노래를 들었다고 들은 김에 생각나서 전화를 해주는 것이다. 그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또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할 뻔했는데, 노래 덕에 목소리 한 번 듣고, 안부를 알게 되니 얼마나 고마운가.


유명한 누군가는 주변인들이 자신이 발표한 수많은 곡들은 못 듣고, 유명한 노래 1개만 듣고 연락 온다고 섭섭하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무명이기에, 이렇게 들어주고, 알려주고, 안부까지 나누게 되어 그저 좋을 뿐이다.


심지어 나 스스로도 길가다가 내 노래를 우연히 들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 물론 내가 라디오도 잘 안 듣고, 외출도 잘 안 하는 편이라 내가 내 노래를 공중파에서 우연히 듣는 것이 진짜 어려울 수밖에 없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생각할수록 우연히 길에서 내 노래를 든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그 짧은 순간, 시끄러운 와중에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컬러링을 듣고 하는 그 우연이 더 대단한 것 같다. 정말 귀도 좋다.


그런 거 보면, 이렇게 지나가다가 노래를 듣는 것은 사랑의 힘일지도 모른다. 특히 어머니나 동생들은 귀신같이 내 노래를 듣고 제보를 해주는데, 방송 다시 보기를 돌려보면 막 30초 정도만 흘러나온 것도 어찌나 잘 듣고 제보해주는지 싶어,  가족들은 방송을 볼 때마다 언제 노래 나올라나 하는 생각으로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의심을 하게 될 정도이다.


그리고 그 정도로 날 생각해주고, 내 노래를 들어준다는 것에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아직도 나는 내 노래를 듣기 위해 마트 주차장을 서성인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1년이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그때 한동안 나는 마트를 일부러 들렸었더랬다. 내 노래가 아워홈이라는 브랜드의 로고송으로 사용되었는데, 그 노래가 마트에서 틀어졌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가족들과 몇 번 마트에 일부러 들르기도 했고, 늦은 시간 조용한 주차장을 뱅뱅 돌며, 흘러나오는 그 짧은 내 노래를 잡았었다.


당연히 부모님과 딸아이도 같이 가서 내가 아직 뭐라도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물론이다.


늦은 밤, 자장가 대용으로 마트의 배경 음악을 들려주며 아이들을 재우며, 아빠의 음악으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 음악인으로서 소박하지만, 매우 즐거웠던 추억이다.  가족들도 모두 좋아해 주고, 자랑스러워해주고, 같이 작업한 보컬, 작사가들 모두에게도 면이 서고 말이다.


나는 앞으로도 내 노래가 어디에라도 좋으니 많이 흘러나오면 좋겠다. 칭찬을 받을 수 있으니까. 칭찬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질리지 않는 법, 지나가다 내 노래를 듣고, "잘 들었다. 좋았다. 너 살아있구나. 좋은 노래인데 더 들렸으면' 하는 인사치레라도 칭찬은 좋다. 그런 칭찬은 나에게 에너지가 되고, 감사한 마음을 들게 하니까.


그리고 순간 처음 공중파에 내 노래가 나오는 것에 신데렐라의 환상에 빠지던 그 순수하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것이 좋기도 하고.



내 딸이 노래방에서 아빠 노래만으로 1시간 부를 수 있게 하고 싶다


얼마 전, 성실장이 동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는데 딸아이가 키즈카페 노래방에서 얼마 전에 공항 가는 길 o.s.t로 사용되었던  내 노래 'Only you"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허투루 살지 않았구나 싶기도 했고, 딸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에 자랑스럽기도 했다.

(물론, 그 노래 부르고 트와이스의 노래를 2번이나 부르면서, 저거 잘 부르게 연습시켜 달라고 했다고는 하지만... 흥!)


그 영상을 보고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노래방에 더 많은 곡이 실려서 내 딸이 어느 날은 내 노래만으로 10곡을 메들리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누구와 함께 있어도 부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많이 만들고 싶다.


그리고 소심하게 7살 딸아이에게 손가락 걸로 약속을 강요하고 있다.


최애가 생겨도,  노래방에서 아빠 노래 불러줄 꺼지? 아빠니까... 

그치? 불러줄꺼지 지윤아? 아이스크림 사줄께~~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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