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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거까지 배워야 해요? 이건 엔지니어의 영역이잖아요."


수업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그나마 기타나 보컬 전공생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미디 혹은 작곡 전공생이 이런 질문을 하면 답답해질 때가 있다.






나는 작곡가라면 기본적으로 뮤직프로덕션, 즉 음악을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급적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쓰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작비의 측면으로 봤을 때 더욱 그렇다. 제작비가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거대 기획사의 거대 프로젝트의 경우는 예외다.) 그런 점에서 여러 기능들을 훌륭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실력이야말로 현실적으로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그냥 매니저보다 바리스타도 되는 매니저가 되어야 취직이 쉽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특히나 열악한 한국 음악 시장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소득을 올리고, 조금이라도 더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더더욱 필수로 다방면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물건이 아닌 음악이기에  전천후 실력을 기본적으로 쌓아야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한 것, 하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 실력을 다방면으로  늘려야 하는 이유 더 큰 이유는 사실 음악의 퀄리티 때문이다.


음악의 특성상 말로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 느낌적인 느낌을, 그 감각을, 어떻게 해야. 내 뇌를 거쳐 입을 거쳐 상대방의 뇌에 꽂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될 때가 정말 많다. 저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더 편하게, 프로듀서로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바로 뽑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원에게 사장의 마인드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직원은 절대 사장의 마인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 알바에게 사장이 '주인의 마인드로 일해라'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 까? 최저 시급이 아니라, 더 높은 돈을 주더라도 그 누구도 사장이 아니기에 사장의 마인드로 일할 수는 없다. 사장의 마인드는 사장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는 엔지니어이기에 그 곡의 책임자의 마음을 모른다. 노래를 부드럽게 가야 하는지, 강렬하게 가야 하는지,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 보컬, 세션, 엔지니어 등은 곡의 책임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다.


그래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듀서는 곡을 완성해나가는 단계마다 곡의 최종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하며, 그 목표에 맞춰 그때마다 일을 맡은 전문가에게 구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해주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주방 최고의 요리사를 예로 든다면, 감자를 깎는 담당자에게 모호하게 ‘제대로 해’, ‘정신 못 차려’라고 주문하기보다는 '더 얇게 채 썰어' 불 담당에게는 '불을 3분의 1로 줄여' 이런 식으로 지시를 해야 다들 척척 일을 할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느낌이 올드한데' '소리가 지저분한데' '뭔가 불안정한데' 이런 식으로 말하면 제대로 알아듣더라도 무시당할 가능성이 클뿐더러,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프로듀서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기에 대충 일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전문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00을 높여, 00을 부드럽게 해, 00을 끊어 등등 구체적으로 지시를 해야 담당자들이 알아듣고 제대로 된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그 판에 낄 수 있다. 


또 보컬이나 세션 등 프로듀서의 목표를 굳이 가지지 않아도 되는 분야의 음악인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음악은 단체로 완성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보컬을 잘 한다는 것은 프로듀서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맞춰서 불러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듀서의 의도를 이해하고 알아들어야 하는데, 이때 지식이 있어야 모니터링 등을 할  때 프로듀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나아가 스탭으로서 자신의 의견까지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이 없다면, 스탭으로서 의견을 제시하기는커녕 무슨 의도인지도 모르고 헤매면서 맡은 바 역할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멤버라면 프로젝트에서 중간에 배제될 수도 있고, 앞으로 함께할 멤버로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다.


지금은 지식의 시대이다. 자동차를 수리할 때도, 장비를 살 때도, 하다못해 피규어를 사고, 주말에 영화 하나를 볼 때도 눈탱이 맞지 않기 위해서 검색하고 공부하는 시대이다. 하물며 인생을 걸고 공부하는 음악인이라면,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지식을 쌓으며, 한계를 두지 않고 준비해야 기회가 오고, 후회하지 않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왜 이거까지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것까지 배워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긴다'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 많이 배우고 실력이 있더라도, 그 지식과 실력과 능력과 '대중적인 인기'는 또 별개인 서글픈 현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래도, 이런 현실을 다 알아도, 그렇더라도 음악을 선택한 당신이라면 오늘도 힘을 내서 공부를 하기를 바란다. 내일의 당신은 이런 오늘의 당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테니 말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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