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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자 캄캄한 거실이 나왔다. 꺼진 티비 앞에, 엄마가 소파에 누워 주무시고 계셨다.


“엄마, 일어나세요. 나 왔어요.”


엄마가 부스스 일어나셨다.


“어이구, 몇 시냐. 안 피곤해?”


“괜찮아요. 저 들어갈게요.”


민영은 방에 들어와 가방을 벗고 안경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현욱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영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을 꺼냈다. 확인하지 않은 지은의 카톡이 몇 개 있었다. 민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야! 연락 좀 받아. CPA인지 CIA인지 공부하는 건 아는데. 그렇다고 인연까지 끊을 거야? 나 정말 할 말 많단 말야. 이거 보면 밤늦어도 좋으니까  연락해줘.]


민영은 한숨을 쉬며 시간을 봤다. 밤 1시. 내일은 아침 8시에 영어 스터디 모임이 있었다. 그리고 10시부터 전공 수업이 있고, 저녁엔 학원에 가야 했다.


민영이는 너무 피곤했다. 스르륵 눈을 감았다.


지은이에게 답장도 해야 하고, 기다리는 현욱에게 인터넷 편지도 써야 했다. 그렇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현욱이가 군대에 가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민영이는 그저 그런 학생으로 매일을 버리고 있었다.


그날도 전날 밤새 미드 보느라 늦잠을 잤다. 오후가 다 돼서야 일어나 짙은 화장으로 다크서클을 가리고는 학교에 갔다. 수업을 듣고 자유전공학부 과 회의에 참석했었다.


민영이는 원래 과 행사에 참석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 년에 한두 번 큰 행사에는 얼굴을 보이는 편이었다. 오늘은 신학기 맞이 첫 전체 회의 겸 신입생 환영 파티가 있는 날이었기에 참석한 것이다.


이미 회의가 진행된 뒤라 민영이는 몇 명에게 눈인사를 하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회장은 복학생 동기였다.


칠판에는 “자유전공학부 폐지에 맞선 투쟁  계획”이라고 적혀있었다.


민영이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입학 전부터, 아니 처음 생겼을 때부터 믿음이 가지 않는 과였다. 점수에 맞춰 들어온 과였기에 애정도 없었다. 과가 없어져도 민영이는 상관없었다. 대학 졸업장을 못 따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입학한지 한 달도 안 된 신입생들 앞에서 굳이 저런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었다. 솔직히 입학한 애나, 다니는 애나 이름부터가 애매한 이런 전공에 애정이 있는 사람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때 지은이에게 카톡이 왔다. 지은이는 빨리 동아리방으로 오라고 민영이를 재촉했다. 오늘 사진동아리도 모이는 날이었던 것이다. 민영이는 ‘알았다고‘ 답문을 했다. 지은이는 창수의 부탁으로 사진 동아리 회장이 된 후, 엄청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어서 여기서 일어나 지은이에게 가야 했다.


회의가 끝나고 뒤풀이 술잔치가 열렸다. 민영이는 지은이에게 한 시간만 기다리라고 카톡을 보냈다. 술이 한 바퀴 돌고 나면 일어날 생각이었다.


신입생부터 파도타기로 술이 한 바퀴 돌았다. 앞에 앉은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며 술을 홀짝였다. 얼마 되지도 않아, 각자 떠들기만 하고 듣는 사람은 없어 엄청 시끄러워졌다. 민영이는 가방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척 살짝 일어났다.


민영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지은이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야?”


“우리 매일 가는 술집에 자리 잡았어.”


“뭐야? 동아리방 아니야?”


“지금 몇 신데. 이미 회의 끝났지. 애들 밥이랑 술이랑 사주러 나왔어. 어서 와.”


“알았어. 금방 갈게.”


민영이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걷기 시작했다. 그때.


“누나. 민영이 누나.”


누가 민영이를 불렀다. 뒤돌아보니 후배 김도진이었다.


“어! 도진아.”


“누나 벌써 가요?”


“응, 약속이 있어서.”


“그러지 말고 더 있다 가요. 오랜만에 와놓고 이렇게 훌쩍 가면 회장 선배가 또 한 소리 할걸요.”


“얼굴 보였으면 됐지 머. 더 있어봤자 술판인데. 난 약속이 있어서 가야 해.”


“더 있다 가면 안돼요?”


도진이가 민영이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얼굴도 애기 같고 키도 작은 도진이는 별명이 작은 송이었다. 키 작은 송중기란 뜻이다. 민영이는 술 취한 도진이의 발개진 볼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민영이가 웃으며 도진의 팔을 떼어내며 말했다.


“안돼, 진짜 가야 해. 동아리에 오늘 일이 있어서 가야 해.”


“누나, 그럼 나도 데려가요.”


“응? 무슨 말이야?”


“나도 그 동아리 가입할게요. 누나랑 있을 수 있으면  가입할래요.”


애기처럼 눈웃음 살살치며 부드럽게 말하는 게 밉지 않았다.


“웃기는 소리 하네. 암튼 담에 보자. 안녕.”


민영이가 웃으며 뒤 돌았다. 그러자 도진이가 이번에는 민영이 어깨를 잡으며 민영이를 잡았다. 민영이가 멈칫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도진이가 민영이의 앞으로 왔다. 도진이는 팔을  내려놓고, 민영이를 마주 보고 서서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알았어요. 진지하게 말할게. 누나, 정말 가지 마요. 나랑 이야기 좀 해요. 누나 얼굴 보려고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민영이는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왜?”


“나 누나 좋아하니까.”


민영이가 도진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도진이는 술을 꽤 먹었는지 눈 빚이 출렁이고 있었다. 게다가 담배 냄새가 풀풀 나고 있었다.


“싫어!”


“왜요?”


“나 남자친구 있어.”


민영이는 도진이를 째려보고는 계속 걸어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도진이가 길을 막으며 말했다.


“누나, 그러지 마요. 내가 뭐 어쩌자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누나 남자 친구 군대 갔으니까. 누나도 심심하고 할 테니까. 나랑 가끔 커피 마시고, 영화 보고 시간 보내자는 거예요. 어렵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구요.”


민영이가 도진이를 노려보았다.


“나 그런 거 싫어. 안 해. 사귀면, 좋아하면, 최선을 다하는 거야.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싫어하고 의심할 짓은 안 해. 그리고 나 현욱 오빠 진짜 좋아해. 남자친구 군대 갔다고 바로 이렇게 들이대는 너 정말 별루다. 지금 들은 말도 못 들은 걸로 할래. 앞으로 모른 척 하자. 볼일도 없겠지만."


민영이가 도진이를 밀치고 걸어갔다. 도진이는 이번에는 따라가지 않았다.


민영이는 발걸음을 서둘러 지은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지은이는 동아리 후배들을 모아놓고 술을 먹고 있었다. 볼이 빨개진 민영이가 씩씩대며 들어오자 후배들이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민영이는 앉자마자 후배가 따라준 맥주를 원샷했다. 지은이가 말했다.


“무슨 일 있어?”


“아냐, 아무 일도 없어. 그냥  오랜만에 과 행사 갔다 오니 피곤해서.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아웃사이더 되기 싫어서 얼굴은 보이고 왔지만 그것도 괜히 했나 싶어. 이젠 과 행사에 안 가고 말래.”


민영이는 맥주를 벌컥 마셨다. 지은이는 그런 민영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진의 미학이 어쩌고, 대학이란 어쩌고, 몇 살 선배들의 허세 섞인 인생 수업과 시끄러운 술자리 게임이 몇 개 지나갔다. 하나씩 술에 취했다. 2차가 끝나고 술집 앞에서 다들 헤어졌다. 후배, 선배들을 모두 보내고, 지은이는 민영이만  잡아끌고, 한잔 더 하자고 붙잡았다.


둘은 조용한 맥주집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지은이의 말에 민영이는 소주를 조금 맥주잔에 섞었다.


“과 신입생 환영회 갔는데. 뜬금없는 후배 놈한테  고백받았어. 기분이 너무 나빴어.”


“기분이 왜 나빠?”


“술 취해서 고백하는 것도 기분 나쁘고, 애인 있는데 고백하는 것도 기분 나쁘고,  그동안 음흉하게 쳐다봤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기분 나쁘고, 쪼끄만 게. 암튼 다 기분 나빠. 그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 실망이야. 이제 과 행사든 모임이든 웬만하면 안 나가야겠어.”


지은이는 한숨을 작게 내쉬며 민영이를 봤다.


“현욱 오빠도 처음 보자마자 술 먹고 고백했잖아. 뭐가 달라? 다 똑같아. 거절하면 됐지.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뭐야. 너! 내가 그 애랑 만나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아 몰라. 짜증 나니까 너까지 그러지 마.”


지은이는 술을 한 잔 마셨다.


“에휴...... 너 앞으로도 이런 일 많을 텐데 어쩌려고 그래.”


지은이의 말에 두 번째 소맥을 만들던 민영이가 지은이를 쳐다봤다.


“무슨 말이야?”


“현욱 오빠 군대 갔단 말에 너한테 고백하려고 준비하는 놈들 몇 명 더 있어. 아까도 동현 선배가 니 옆에서 얼마나 얼쩡 거렸는데.”


민영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맥주에 타려던 소주를 그냥 원샷했다.


“짜증 나!”


지은이도 자기 잔에 소주를 한 잔 따르고는 원샷을 했다.


“그래 짜증 난다. 정말. 애인이 군대 갔을 뿐인데, 왜 우리 일상이 이렇게 흔들려야 하니? 넌 남자들이 가만 두지 않고, 난 학과 공부에 동아리에 너무 정신없어 짜증 나고.”


민영이는 순간 지은이에게 그동안 벼르던 질문을 했다.


“지은아, 그런데 너 정말 어떤 생각으로 동아리 회장을 맡은 거야? 아무리 창수 오빠가 부탁했다지만 너도 약학 고시 준비도 해야 하는데. 이럴 때가 아니잖아.”


“내 말이, 정말 짜증 나. 부잣집 아들에, 뇌에 주름 없는 놈처럼 생각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하다니 정말 짜증 나.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오빠 말대로 선후배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딱히 나 말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창수 오빠는 사진동아리에 목숨 건 사람이잖아. 이깟 학교 동아리가 뭐라고 이렇게 목숨 거는지 이해가 안가.

그렇다고 함부로 말했다간 오빠 핀또 나가서 무서워지면  감당할 자신도 없고......

전공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휴......”


민영이는 지은이도 안쓰러워졌다.


“근데 너는 그만큼 창수 오빠가 좋아? 솔직히 이렇게 지내다가 너 약사 못 되면 어떡해? 그리고... 오빠가 제대하면서 헤어지면... 그러면 어쩌려고 그래?”


“나? 절대 안 헤어지지. 난 잡는다면 약사보다 창수 오빠를 잡을 거야. 창수 오빠가 사진 동아리에 인생을 걸었으면 나는 창수 오빠한테 인생을 걸었다고 보면 돼.”


민영이는 지은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뭘 보고 벌써 인생을 걸어? 방금도 뇌에 주름이 없다면서. 가벼운 창수 오빠가 도대체 뭐가 좋아?”


“창수 오빠가 그래도 사람은 순수하잖아. 예술적인 기질도 멋지고. 또 조강지처 귀한 줄 아는 사람이야. 바람 피거나 도박할 사람도 아니고. 외모도 자꾸 보면 귀여워.

가끔 이렇게 생각 없이 보일 때는 한심하지만 또 그럼 어때? 세상에서 내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해줘서 내 말 잘 따르잖아.

그리고 골고루 화가 나더라도 오빠의 BMW를 보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거든 후후후, 내가 창수 오빠 아니면 평생 외제차 끌 수 있을 것 같아? 없지. 그러니 꼭 잡아야 해."


지은이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민영이는 지은이가 창수의 차를 자기 것처럼 생각하며 자랑하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러워해줘야 하는지, 비웃어줘야 하는지 항상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금도 민영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맥주잔 뒤로 표정을 숨겼다.


“넌 어때? 정말 현욱 오빠 기다릴 거야?”


“기다려야지.”


“왜? 의리 때문에?”


“아니.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나는 현욱 오빠를 사랑하고, 너는 창수 오빠를 사랑하고 그러니까 너나 나나 기다리는 거잖아.”


민영이는 지은이의 말에 기분이 상해서 인상을 쓰며 말했다. 지은이가 언니라도 된 듯 거드름을 피우며 물어보았다.


“현욱 오빠가 그렇게 좋아? 그럼 결혼까지 생각하는 거야? 나처럼?”


“결혼? 우리 나이가 몇인데 무슨 결혼을 생각하고 자시구야... 계속 좋으면 결혼하겠지만. 그렇게까지 먼 미래는 생각 안 했지.”


“먼 미래가 아니야. 그리고 결혼도 할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부터 뭐라도 준비해야 해.”


지은이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잘 생각해봐. 니가 현욱 오빠를 군대까지 기다리고 헤어짐 없이 만난다 치자. 지금처럼 만난다면 보통 28살 정도 되면 결혼 이야기 오가고, 결혼하지 않겠어? 너도 막 서른 넘은 노처녀 되고 싶은 건 아니잖아.

근데 니가 결혼할 28살, 빠르면 사회인 4년 차쯤 되겠지. 그런데 현욱 오빠는, 빨라야 겨우 직장인 2년 차야. 연봉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고작 2년 모아서 결혼하기는 쉽지 않을 걸,

일단 집만 해도, 무슨 돈으로 신혼집을 구하니? 현욱 오빠네가 여유롭지 못한 거는 다 아는 사실이고, 설마 너네 부모님이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현욱 오빠 맘에 들어하실 일도 없는데 집까지 주면서 딸 시집보낼 분들은 아니지 싶어.

게다가 요즘 세상에 현욱 오빠가 바로 취업될 거란 보장이 어디 있어? 현욱 오빠 문과잖아. 게다가 알바 때문에 스펙도 별로 못 만들었을 거구. 게다가 현욱 오빠가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하게 되면..... 너  뒷바라지해줄 자신 있어?

아무튼 네가 정말 현욱 오빠 군대까지 기다리면서 좋아하고, 결혼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면,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무엇이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그냥저냥 만나다가, 나이만 먹고 헤어져서는 땅을 치고 과거 후회하지 말고.

니가 정신을 차려야 해."


민영이는 지은이가 하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고 창수 오빠를 만나면서 지은이는 가끔 이렇게 어려운 말을 하곤 한다. 그럴 때면 민영이는 웃으면서 대충 넘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민영이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러니까 니 말은 너도 창수 오빠랑 결혼할 거고, 나도 현욱 오빠랑 결혼할 건데. 너는 창수 오빠가 부자니까 창수 오빠 마음만 잘 잡으면 되고, 나는 현욱 오빠가 가난하니까 내가 돈을 벌 생각을 해야 한다. 그 말이야?”


팔짱을 끼고 잘난  척하던 지은이가 민영이의 말에 아차 싶었는지 당황해했다.


“아니, 아니. 그런 말은 아니야. 그게 아니구. 오해하지 말아. 창수 오빠가 부자라고 잘난  척하는 거 아니야. 단지 정신 차리라는 거야. 이제 우리도 3학년이야. 나야 어떡해서든 약사만 되면 주어진 퀘스트가 없지만.

너는.. 지금 정말 너무 생각이 없잖아. 너도 부모님이 정해주는 남자 만나서 결혼할 거 아니면, 취업도 생각해야 할 거고, 또 현욱 오빠랑 둘이 앉아서 5년 뒤, 10년 뒤를 계획해야 하지 않냐 그 말이야.

솔직히 너 현욱 오빠 군대 간 뒤에 집에만 처박혀서 미드나 보면서 술이나 마시면서 시간 보내는 거 답답해서 하는 말이야."


“흠......”


민영이는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길게 뱉었다. 지은이는 민영이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민영이는 한 잔을 쭉 마시고, 안주에서 골뱅이를 골라 먹었다.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알람 제목이 ‘오빠에게 편지 쓰기’였다. 민영이는 알람을 해제하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민영이가 핸드폰을 보자 지은이도 핸드폰을 봤다.


“휴~.”


지은이가 한숨을 뱉었다.


“왜?”


“내일 스터디 모임 시간이 30분 당겨졌데. 미치겠어. 집에 가서 또 밤새고 공부해야 해. 안 그래도 피곤한데, 더 피곤하다... 내가 지금  너한테 무슨 잘난 척이냐.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


민영이는 따라놓은 맥주를 들어 테이블 위에 있는 지은이 잔에 툭 쳤다.


“이것만 마시고, 이제 그만 일어나자.”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민영이는 핸드폰으로 현욱에게 편지를 썼다.


[오빠, 오늘은 과 회의 겸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고, 동아리에서도 다 모였어. 난 두 군데 다 들리느라 힘들었어]


여기까지 쓰던 민영은 손가락을 멈추고 화면을 다 지웠다. 그리고 다시 편지를 썼다.


[오빠, 봄이 오는 거 느껴져? 나는 그냥 아직 겨울이네, 오빠랑 다니던 학교를 혼자 다니려니 너무 외롭고 쓸쓸해. 지은이는 약사 공부에, 동아리 일에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구. 그렇다고 나는 학교 행사나 동아리 일에 끼어들고 싶진 않아. 난 좀 열정이 없나 봐. 그나마 오빠와의 사랑에만 좀 열정적인 듯 ^^.

오늘도 즐겁게 나라를 지키고 잘 자요. 내 사랑]


민영이는 짧은 인터넷 편지를 두 번씩 읽으며 오타를 골라내고 전송했다.


민영은 술이 올라 눈을 감고 택시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이제 막 자대 배치를 받은 현욱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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