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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음악 제작에서 홈레코딩이 주요 키워드가 되어있다.


홈레코딩은 말 그대로 집에서 녹음하는 것을 뜻한다. 말만 들으면, 누구나 쉽게 음반 녹음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것 같아서 아무래도 음악, 작곡, 음반 제작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언급되고, 관심사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웬일인지 의외로 홈레코딩은 프로 뮤지션들에게 대중화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추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홈레코딩이라는 말이 불안정한 사운드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정식 음원 발매에는 활용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홈레코딩이 기대보다 프로 뮤지션들에게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비용이 비싸다.

둘째. 대중들은 가내수공업이 아닌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원한다.

셋째는 홈레코딩이건 스튜디오 녹음이건 결과는 사실 장비 차이가 아니라 사람 차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홈레코딩의 비용이다.

홈레코딩의 비용은 스튜디오 레코딩 비용과 비교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스튜디오 레코딩 비용이 저렴해졌기 때문에 홈레코딩 비용에 대한 체감률이 그다지 싸지 않다.


예전에는 음향장비 등의 문제도 있고 해서 대형 스튜디오를 선호했었다. 대형 스튜디오는 일단 공간적인 면에서부터 일반인이 개설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상악기 등의 장비의 발달로 점차 대규모 스튜디오의 수요가 줄었고, 동시에 소규모 스튜디오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스튜디오의 가격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편해진 것이다. 실제로 십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당 스튜디오 이용 가격을 보면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차이가 별로 없다. 물가 상승률을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홈레코딩의 경우, 결과적으로 초기 비용으로 목돈이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내 공간’이 있어야 한다.

홈레코딩은 ‘나만의 기준’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기에 계란판을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엄청 저렴하게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이 초기 비용을 회수하려면, 정말 오래 사용해서 본전을 뽑거나, 권리금 등으로 회수를 해야 할 텐데, 대부분 월세 등 세입자 처지인 뮤지션의 입장에서는 온전한 ‘내 공간’이 아닌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홈레코딩은 절대적으로는 저렴한 가격일 수는 있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매우 비싼 것이다.


둘째. 대중의 귀는 가내수공업 아마추어와 장인정신이 깃든 수공예품의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낸다.


열악한 홈레코딩의 상황을 이기는 방법은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롤러코스터 1집은 시대를 불문하고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다. 담요를 두르고 장롱에서 불렀다는 일화는 두고두고 전설의 레전드가 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그런 방법을 시도할 생각을 하고, 그런 사운드를 의도해서 만들어낸 실력을 바탕에 두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은 ‘인디’ ‘열정’ ‘젊음’ ‘도전’에 매력을 느끼고 박수를 쳐주지만, 지갑은 열지 않는다. 대중들은 귀신같이 정말 잘 만들어지고 매력이 느껴지는 것에 지갑을 열고 사랑을 주지, 단순한 ‘노력’에는 돈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이미 현대 우리나라의 대중들은 세계의 다양한 노래를 들으며 수준 높은 귀를 가지고 있기에 어설프게 만들어서 좋은 퀄리티를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어설프게 홈레코딩, 인디 등을 내세워봤자 딱히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럴 바에야 가격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스튜디오에서 편하게 레코딩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사실 홈레코딩이건 스튜디오 레코딩이건 결과는 장비가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팩트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괜찮게 홈레코딩이 가능하게 작업실이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며, 동시에 기술도 있기 때문에 홈레코딩이 가격적인 면에서도 더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녹음을 한다. 그 이유는 사람 즉, 엔지니어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레코딩하고 프로듀스를 하기에는 쉽지 않다. 혹자는 레코딩과 프로듀서 한 번에 하기 쉽지 않아?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영화감독이 촬영감독을 동시에 안 하는 이유를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 영화감독과 마찬가지로 음악 감독도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녹음 전반의 환경과 보컬이나 세션 등의 커뮤니케이션 등등 모든 것을 한 번에 봐야 하는 감독이 녹음과 관련된 일을 동시에 수행하려고 하면 솔직히 집중력이 분산된다.


또 나 혼자 녹음하고, 나 혼자 프로듀스하고, 나 혼자 만족하는 앨범은 발전이 어렵다. 따라서 당연히 엔지니어분의 기술과 의견 등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 자꾸 뭐라도 만들어서 누구에게라도 들려주는 것이 발전의 기본이라는 것과 통한다고 보면 된다.



홈레코딩은 그래도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홈레코딩을 실컷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홈레코딩을 쓸모없는 것 혹은 제대로 비싼 돈을 들여 구축하지 않을 바에야 시도할 필요 없는 것 등으로 폄하하면 안 된다. 홈레코딩은 분명 시작하는 뮤지션들에게는 유일한 대안이며, 음악가로서 실력을 기를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뮤지션을 꿈꾼다면 이불로 벽을 감싸는 것 만이라고 해도, 한 번쯤 홈레코딩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발매까지 할 만큼의 퀄리티 있는 앨범은 못 내더라도 연습은 충분히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서 사운드를 조합하고 만들어낼 연습은 충분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모든 녹음을 스튜디오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습작용 음악을 선보이는 용도의 음원 작업으로는 할 만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연습이 바탕이 되어, 어느 순간 실력이 쌓이면, 진짜 홈레코딩만으로 앨범 발매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장르적 특성에 맞게 의도적으로 아마추어리즘의 매력을 담은 노래를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홈레코딩만으로 음악을 완성할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하겠지만, 음악가라면 포기할 수는 없는 경험일 것이다.


가구 DIY가 유행하면서,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내 집 가구는 다 직접 만들 것 같았지만. 결국 가구를 살 사람은 사고, 만들 사람은 만들고, 아무리 취미가 가구 만들기이고, 직업이 목수라도, 집안 전체를 다 DIY로 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참 열심히, 그리고 길게 홈레코딩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었다. 그러니 이 글을 성 실장이 꼭 읽고 “비싼 돈 들여서 다 작업 해 놓고, 왜 스튜디오에 또 가서 돈을 내는 건데”라는 잔소리는 이제 그만 해 주면 좋겠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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