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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민영이에게 말했다.


“예쁘네. 오늘 선보러 가는 날이냐?”


“네.”


아빠가 방으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민영에게 카드를 주었다.


“맘에 들면 커피 정도는 니가 사라.”


“나도 돈 있어요.”


“알아. 그냥 오늘 잘 되라고 하는 거야.”


민영이는 카드를 받았다.


“이걸로 기름도 넣어도 돼요?”


장난스럽게 민영이가 말하자 아빠도 웃으면서 말했다.


“맘에 들면 기름 넣고 그놈이랑 바로 신혼여행을 가버려. 집에 오지 말고.”


“칫. 아직 서른도 아닌데 너무해요.”


“서른이 코앞이야. 정신 차려. 거 채널 좀 TV 조선으로 돌려라.”


아빠가 신문을 펼치며 말했다.


“신문 볼 거면서 뭘 돌리래요. 30분 뒤에 나갈 거니까 그때까지 좀 참으세요.”


민영이가 리모컨을 사수하며 말했다.






민영이는 약속 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하고 싶었다. 하지만 워낙 일찍 나와서인지 너무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 시동을 끄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꺼냈다.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의미 없는 서핑을 시작했다.

징~~ 징~~ 핸드폰이 두 번 진동하며 문자 알림을 알려주었다.


선보기로 한 상대방이었다.


[어디까지 오셨는지 궁금해서요.]


[거의 다 왔어요. 그쪽은 어디세요?]


[저는 도착했습니다. 좀 빨리 왔네요. 일단 커피숍에 자리 잡아 놓고 있겠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민영이는 핸드폰 시계를 보았다. 약속시간 10분 전이었다. 사람이 있으니 굳이 미적거릴 필요가 없었다. 민영이는 차에서 내려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남자는 35살이었다. 6살 많은 남자의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언니와 형부를 보면 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의사, 변호사들에게 대여섯 살 나이차는 당연한 것이라는 엄마 말도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다.


남자는 깔끔하게 옷을 입었고, 피부가 깨끗했다. 키는 많이 작았지만, 키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니까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왔다.


“회계사시라고요.”


“네. 아빠 법인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쪽은 변호사시라고.”


“네. 로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시면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시겠네요.”


“아니에요. 정말 똑똑한 애들에게 비하면 전 그냥 열심히 하는 바보죠. 그러는 민영씨도 시험 통과하신 거 보면 공부 잘하셨을 텐데요.”


“에이 고작 회계사인걸요. 그리고 전 진짜 공부 못 했어요. 대학도 겨우 들어가고, 시험도 운이 좋아 붙은 거예요. 열심히 하긴 했지만 솔직히 부모님이 뒷받침해주지 않으셨으면 합격 못했을 거예요.”


또 침묵이 흘렀다.


“선 자주 보셨나요?”


침묵에 안절부절하던 남자가 겨우 생각난 듯 물었다. 민영이가 들키지 않게 피식 웃고 대답했다.


“부모님이 알고 계신 선은 지금은 3번째 구요. 회계사 되고 지인들 통해서 소개팅은 몇 번 했었지요. 그쪽은 선 많이 보셨지요?”


“하하 나이가 있으니까. 주변에서 걱정들이 많아서 자꾸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네요. 그런데 별 소용이 없네요. 아무래도 키가 작아서 그런 걸까요?”


“설마요. 키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래도 요즘엔  키 큰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그럼 전 뚱뚱해서 자꾸 선을 보는 거예요?”


“아니요.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민영씨는 아주 날씬하신 걸요.”


“그러니까요. 호호. 텔레비전에서나 키 타령이지. 제 주변에서는 딱히 그런 사람 없더라구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민영이가 웃었다. 남자도 웃었다. 남자가 좀 편안해진 듯 말했다.


“점심 드시고 오셨나요? 우리 밥 먹으러 갈까요?”


민영이가 시계를 봤다. 1시 30분이었다.


“그럴까요?”


남자가 앞장서서 커피숍을 나갔다.


앞서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민영이는 현욱을 생각했다.


키가 큰 현욱과 걸을 때면, 방패가 지켜주는 듯 든든하고 안전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키가 작은 이 남자와는 친구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방패나 친구나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까.


“차 가져오셨나요?”


남자가 물었다.


“네.”


“그래요? 나도 차 가져왔는데...... 그럼 각자 차를 타고 나가야 하나...... 그런데 그럼 번거롭고...... 우리 이 호텔에서 식사할까요? 여기 레스토랑이 맛있다고들 하더라구요.”


민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익숙한 듯 민영이를 이끌었다. 자연스러운 남자의 태도에 민영이가 물었다.


“여기서 자주 식사하세요?”


“자주는 아니고 사실 얼마 전에 미팅을 여기서 했어요. 딱 한번 가본 것 가지고, 아는 척하는 거예요. 하하.”


남자의 수줍은 수줍은 듯한 웃음에 민영이도 살짝 미소 지었다.


식사를 하며 둘은 가벼운 주제를 고르려 애쓰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민영이는 이 남자가 자기에게 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커피까지 다 마셨다.


남자가 시계를 봤다.


“이제 일어나시죠.”


민영이가 눈치껏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뻣뻣한 목소리로 결심한 듯 말했다.


“이렇게 헤어지긴 아쉬워요. 우리 자리 옮겨서 더 이야기해요.”


민영이는 주저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니, 화면에 ‘애인’이란 글자가 떴다. 민영이는 핸드폰을 끄고. 무음으로 설정을 돌렸다.


“스팸이에요... 좋아요. 자리 옮겨서 더 이야기 해요.”


“고맙습니다. 하하. 그럼 잠깐 어디로 갈지 정하고 나가요. 사실 이렇게 좋은 분이 나올지 몰랐어요. 오늘도 그저 그런 만남일 것 같아서 커피만 한 잔 하고 헤어지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준비를 많이 못했네요. 죄송해요. 너무 쑥맥이죠.”


“아니에요. 괜찮아요. 천천히 생각해요... 영화 볼까요?”


“예매를 안 해서 자리가 있을까요?”


“한번 볼까요?”


민영이가 핸드폰으로 영화관을 검색하려 했다. 그러자 남자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영화는 다음에 봐요. 오늘은 얼굴 보면서 대화하고 싶어요. 아직 궁금한 게 너무 많거든요. 우리 그냥 이 호텔의 바에 가거나. 아님 카페에 다시 갈래요? 이동하는 시간도 아까워요.”


민영이가 남자의 눈을 보았다. 남자가 용기 내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민영이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럼 바에 가요. 칵테일 한 잔 하죠.”


남자가 활짝 웃었다.


토요일, 낮의 호텔 바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남자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실 호텔 바는 처음이에요. 술도 잘 안 마시지만, 이런 데에 올 일이 없었어요. 신기하네요.”


남자가 수줍게 말했다.


“사실은 저도 오늘이 겨우 두 번째예요. 레스토랑은 처음 가보구요. 커피숍도 처음인가? 가봤었나? 잘 모르겠어요. 사실 이런 호텔에 올 일이 없잖아요.”


“그쵸? 오늘 민영씨 덕분에 좋은 경험 많이 하네요.”


“그러게요. 그리고 좀 늙은 것 같아요.”


“왜요?”


“음... 학생 때 소개팅 하면 전철역 옆에 있는 스타벅스 가고, 아웃백 가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호텔에서 만나서 먹고 마시고 하니까. 무슨 드라마의 어른들이 된 것 같아서요. 내가 그런 어른? 아줌마? 뭐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아요.

호호 이런 데는 왠지 사십 대들, 아님 재벌 2세나 오는 곳 같은데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기도 하구요.”


“하하 맞아요. 사실 드라마에서 젊은 사장들이 이런 비싼 곳에서 술 먹는 것 봐도 어색했어요. 일단 이런 데는 배 나온 중년부터 입장이 가능한 것 같았으니까요. 하하.

음...... 근데 오늘은 이렇게 호텔 투어 하지만요. 매번 이렇게 만나긴 힘들 거예요. 전 평범한 집 아들이거든요. 괜찮아요?”


“알아요. 그리고 매번 이렇게 노는 건 싫어요. 불편하잖아요.”


종업원이 메뉴판을 놓고 갔다. 남자가 메뉴판을 테이블 가운데에 펼쳤다.


“칵테일 알아요? 난 사실 진로, 하이트밖에 몰라서.”


“대충 몇 개만 알아요. 참. 이건 제가 낼 테니 걱정 말고 평소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 있으면 시키세요. 저도 한 번도 안 먹어본 거 시켜볼래요.”


“아니에요. 오늘은 제가 다 낼게요. 그런 말 마세요. 아무튼 일단 시킵시다.”


둘은 칵테일 메뉴판을 보고 하나씩 시켰다.


“술 좀 좋아하세요?”


남자가 물었다.


“애주가까지는 아니고, 남들 마시는 정도로 마셔요. 그쪽은요?”


“전 뭐 사실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몸에 잘 안 받는 것 같아요.”


“담배 하시나요?”


“아뇨. 전혀. 폐가 약해요. 공기가 더러우면 좀 민감할 정도예요. 한 번도 펴본 적 없어요.”


“그래서 피부가 좋으신가 봐요.”


“그런가요? 하하.”


남자는 분홍색 칵테일을 조금씩 마셨다. 민영이는 처음엔 홀짝홀짝 조금씩 마셨지만 감질맛에 못 참고 술을 한 입에 다 마셨다.


“어어. 애주가 맞나 본데요. 칵테일을 원샷하고.”


민영이가 입맛을 다셨다. 남자가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민영씨. 더 드세요. 대리기사 부르면 돼요.”


“그래도 돼요?”


“걱정 마세요.”


민영이는 위스키 더블을 시켰다. 남자는 놀란 눈치였다. 민영이가 버버리 코트를 벗었다. 검정 니트 원피스의 V넥 틈으로 가슴골이 살짝 보였다. 민영이가 코트를 내려놓고 가방 안에서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가디건의 단추를 채우자 가슴골이 사라졌다. 남자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종업원이 위스키를 가져왔다. 민영이가 위스키 스트레이트를 홀짝였다.


“음...... 저 할 말 있어요.”


민영이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네 말하세요.”


“저 사실 남자친구 있어요.”


“네?”


남자가 화들짝 놀라서 민영이 얼굴을 봤다.


“집에 인사도 못 시킨 남자예요. 오래된 사람도 아니구요. 헤어져야 하는데 어떻게 말할지 몰라 요즘 피하고 있어요. 말 안 하려다가 하는 거예요. 솔직한 게 나을 것 같아서요.”


“...... 그래요.”


남자가 칵테일을 만지작거렸다.


“미안해요. 이런 말해서.”


“아니에요. 괜찮아요.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헤어진다는 거죠?”


“네. 사실은 몇 번 헤어지자고 했는데. 남자가 못 알아듣고 있어요. 그래서 조만간 아주 진지하게 제대로 헤어지자고 말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알아먹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도와줄까요? 내가 이제 나랑 사귄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하면 물러서지 않을까요?”


민영이가 남자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니에요. 그러자고 말한 건 아니에요. 만약 그렇게까지 필요하면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지금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언제든지 부탁해요.”


그때 민영이의 바바리코트에서 삐져나온 핸드폰이 반짝거렸다. 민영이가 핸드폰을 봤다. ‘애인’이었다.


“그 남자인가요?”


“네. 잠깐만요.”


민영이가 핸드폰을 받았다.


“하루 종일 정말 연락 안 하네. 어디야?”


“아직 밖이지.”


“좀 있으면 어두워지는데 계속 사진 찍어?”


“응, 거의 다 찍었어.”


“왜 이렇게 조용해?”


“몰라.”


“교외 나간 거 맞아?”


“아니면 어쩔 건데...... 휴...... 아니야 맞아 지금 밖이야.”


“...... 집에 가서 전화해.”


“응.”


민영이는 전화를 끊었다.


“사진 동호회 모임 나간다고 거짓말했거든요.”


“사진 좋아해요?”


“여자들 찍는 셀카나 음식 사진 찍고 그러는 건 싫어해요. 야외에서 찍는 것도 별로고요.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주제 잡고 찍는 거는 좀 좋아해요. 조명 하나, 렌즈 작동 하나에 따라 변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아주 막 좋아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좀 관심 있는 정도예요. 그쪽은 취미 있으세요?”


“전... 사실 사느라 바빠서 취미가 없어요. 뭐 하나 하고 싶은데 뭐가 어울릴지 정말 모르겠어요.”


“저도 비슷해요.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사진을 취미로 만들기는 했는데. 막 그렇게 좋아하고 돈 쓰고 싶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쵸. 뭔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거 알 것 같아요. 전 그냥 나중에 부인이 취미가 있으면 같이 하려고요. 없으면 부인이랑 맛집 탐방하고. 하하.”


“좋은데요. 뭐 꼭 운동하고 무엇을 만들어야 취민가요.”


민영이가 위스키를 원샷했다.


“한 잔 더 마셔도 돼요?”


민영이의 말에 남자는 다시 한 잔 더 주문했다.


“근데...... 왜 헤어지려는 지 물어봐도 돼요?”


민영이는 잠시 침묵했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처음 알던 그 남자가 아닌 것 같아서요. 만날수록 실망하게 되고.”


“어떤 점이 실망스러운데요?”


민영이가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위스키 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쪽은 이 남자처럼 날 실망시키진 않을 거예요.”


남자가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 민영이를 편하게 해주려고 화제를 돌렸다.


“아빠 회사에서 일하면 좀 편한가요?”


남자가 화제를 바꿨다.


“아주 편해요. 파견 나가기 전에는 다른데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거든요. 근데 파견 나가보니까 세상에 남의 사무실이 이렇게 불편한지 몰랐어요. 물론 상대방 회사에서 잘 해주지만 기본적으로 낯설고 불편하더라구요. 근데 아빠 회사는 그냥 편해요. 누구 눈치 안 봐도 되고요.”


민영이도 눈치채고 최대한 길고 자세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졌다.


민영이가 좀 취했다. 남자는 대리기사를 불렀다.


“나도 같이 탈게요. 혼자만 보내는 게 좀 걱정돼요.”


남자가 민영이의 차에 올라탔다.


“그래요. 기사님 네비에 우리 집 누르면 돼세요.”


뒷좌석에 둘이 나란히 타고 차가 출발했다.


“근데 지금 몇 시예요?”


“8시 밖에 안됐어요.”


“어휴... 집에 가면 혼나겠네요. 엄마 아빠가 기대가 큰데 처음 만나자마자 낮 술 먹었다고 망했다고 할 거예요.”


“하하. 안 망했다고 하세요. 우리 또 만날 거잖아요.”


“그래요? 난 결정 안 했는데요.”


민영이의 말에 남자는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난 당연히 또 만날 줄 알았는데요.”


“뭐... 일단 애프터 전화받고 결정하죠. 흥흥.”


민영이가 술 취한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남자는 자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민영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차가 민영이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기사에게 주었다. 기사가 먼저 내리고 민영이가 눈을 똑바로 떴다.


“이제 가요.”


“네.”


남자가 아쉬워했다.


둘이 각자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민영이가 인사하기 위해 남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저쪽에 남자 실루엣이 보였다.


현욱이었다.


민영이는 술이 번쩍 깼다.


다시 한 번 그쪽을 보았다. 그림자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남자가 민영이 쪽으로 왔다. 그리고 악수할까 고개를 숙여 인사할까 갈팡질팡 했다. 순간 민영이가 남자를 끌어안았다.


“어?”


남자가 놀랐다.


“내 볼에 키스해줘요.”


민영이가 귀에 속삭였다. 남자는 당황해서 몸이 뻣뻣했다.


“지금 하세요.” 민영이가 다시 말했다.


남자가 민영이를 조금 떨어뜨리고 얼굴을 물끄러미 봤다.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었지만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민영이가 눈을 감았다. 그런데 남자가 볼이 아니라 입술에 입을 댔다. 민영이는 가만히 있었다. 잠깐의 뽀뽀가 끝났다. 남자가 민영이를 꼭 안았다.


“처음 만난 날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나 좀 떨려요. 괜찮은가요?”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요. 괜찮아요. 전화하세요.”


민영이가 남자 등을 토닥였다.


민영이가 집으로 몸을 돌리며 현욱이가 있던 자리를 봤다.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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