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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복판에서 민영과 현욱이 바라보며 격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민영이가 팔을 허리에 올리고 큰 소리로 말하고 현욱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서로 동시에 말하느라 누가 무슨  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봤다. 하지만 둘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둘만의 싸움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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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욱이와 민영이가 그렇게 길 한복판에서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때 현욱이 눈에 민영이 뒤로 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 차가 가까이 오면 물웅덩이의 물을 밟아 민영이게 더러운 물을  뒤집어쓸 것만 같았다. 현욱은 순간 민영이를 길 안쪽으로 보내며 꼭 안았다.

차는 물을 크게 튀기며 지나갔고, 현욱이는 등으로 그 물을 다 맞았다.


민영이는 순간 현욱이가 싸움에 밀리니까 그냥 포옹으로 무마하려고 하는 줄 알고 현욱이를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현욱의 품 속에서 물소리를 듣고서야 민영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했다.


민영이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자기를 꼭 껴안은 현욱의 머리와 어깨가 젖어있었다. 현욱이가 민영이를 놓아주었다.


“넌 안 젖었지? 에이, 젠장. 가방까지 다 젖어서 이거 원. 낭패다.”


현욱이가 가방을 벗어 가방 안이 젖었는지 확인하면서 투덜거렸다.


그런 현욱을 보며 민영이는 울컥 눈물이 나왔다.


“오빠... 고마워. 흐엉흐엉.”


“왜? 왜? 울어?”


“싸우면서도 날 이렇게 지켜주고.. 그만큼 나 좋아하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고마워요. 엉엉엉. 오빠 다 젖어서 어떡해. 괜찮아? 우리 오빠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엉엉엉.”


현욱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우는 민영이를 보고 얼떨떨했다. 당연한 것을 한  것뿐인데 왜 민영이가 울면서 감동을 받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욱이는 민영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뭐야. 난 괜찮아. 너 안 젖었으니까 괜찮아. 너무 젖었으니까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민영이는 눈물을 닦아주는 현욱의 손이 커다란 것을 느끼며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민영이는 자기도 모르게 현욱의 손에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가지 마. 그 꼴로 어떻게 집에가. 물 떨어져서 버스도 못 타겠어. 근처 목욕탕에서 씻고 있어요. 내가 옷 사다가 넣어줄게.”


“그럴까? 그럼 일단 씻을 데를 좀 찾아보자.”


현욱은 씩 웃었다. 그리고 민영이 손을 잡았다. 민영이도 눈물을 마저 닦고 잡은 손을 보았다. 그리고 현욱을 보며 웃었다.






사진 동아리 방에서 창수와 지은이가 나란히 붙어 셀카를 찍고 있었다. 그 옆에서 민영이는 현욱이와 카톡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카톡으로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오빠, 정말 이러기야? 어제 또 담배 폈지. 다 알아]


[아... 몰라. 어느 새끼가 말했어? 창수지? 나쁜 놈. 지금 가고 있으니까. 내가 가만 안 둔다 그래.]


[말 돌리지 마. 왜 맨날 거짓말 해!]


[니가 화내니까 그러지.]


[그럼 담배 끊어.]


[아..... 몰라. 나 지금 걸어가느라 힘들어. 나중에 이야기해]


[정말 이러기야? 나 좋아한다며? 날 위해 끊는다며? 그 정도도 못해?  사랑한다면서!!!!!!!]


“오빵, 내 얼굴이  너무너무 크게 나왕. 오빠 얼굴 뒤에 숨을래.”


지은이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창수는 ‘구래’ 하더니 자세를 다시 잡고는 다시 사진을 찍었다. 키도 크고 팔이 긴 지은이를 두고, 굳이 짧은 팔의 창수가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찍는 모습이 사랑싸움을 하는 민영에게는 짜증 나게 우스워 보였다.


창수는 포즈를 다시 잡는  척하더니 고개를 돌려 지은에게 뽀뽀를 했다. 지은이가 ‘몰라 몰라. 민영이도 있는데.’ 하면서 호호호 웃었다.


민영이는 짜증을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민영은 신경질적으로 일부러 소리 나게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며 현욱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빠. 지금 창수 오빠랑 지은이는 아주 닭살 짓 하면서 좋아 죽는데. 우린 왜 이렇게 맨날 싸우는 거야? 나도 오빠 좋아. 오빠도 나 좋아하잖아. 안 싸우고 지낼 순 없는 거야? 나 너무 속상해...... 내가 어떻게 해야 우리 안 싸울 수 있을까?]


몇 분 뒤, 현욱에게서 답이 왔다.


[........]


민영이는 현욱의 카톡 대답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민영아, 현욱 오빠 왜 안 오고 카톡만 하고 앉았어? 너네 또 싸워?”


지은이가 씩씩대는 민영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민영은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아냐. 싸우기는...... 수업이 늦게 끝나서 이제 일어났대. 금방 올 거야.”


창수가 말했다.


“냅둬,  사랑싸움하는 건데. 재들은 맨날 고래고래 싸우다가도 또 금세 뽀뽀하고 지랄들 하잖아. 싸이코 커플이니까 관심 꺼. 자기는 나만 봐.”


창수의 말에 지은은 다시 창수 팔에 기대서 셀카를 찍으며 호호 거리기 시작했다.


민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지난주에는 기념일에 뭘 하면서 놀지를 정하다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달라서 싸웠다. 그제는 민영이가 친구들 만나고 집에 늦게 들어갔다고 싸웠다. 어제는 현욱이 밤새 게임하는 것으로 싸웠다. 그리고 오늘은 현욱이 또 몰래 담배 피운 걸로 싸우고 있다.


눈앞에서 셀카를 찍고 뽀뽀를 하고 예쁘게  데이트하는 지은과 창수가 부러웠다. 인터넷과 연예인들의 커플들은 모두 저렇게 싸움 한번 안 하고 알콩달콩 지내는데, 우리만 맨날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것 같아 속상했다.


이렇게 사귀는 것도 사랑이 맞을까? 사랑싸움? 사랑하면 안 싸워야 하는 거 아닐까? 민영이는 고민이 되었다.


그때 현욱이가 동아리방에 들어왔다. 창수와 지은이가 얼굴도 보지 않고 건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왔어.”


“안녕하세요.”


민영은 현욱을 보기만 하고 인사도 하지 않았다. 현욱은 털썩 민영 옆에 앉았다. 그리고 대뜸 핸드폰을 꺼내더니 민영에게 들이댔다. 현욱의 페이스북 상태 메시지가 보였다.


[나 최현욱, 주민영을 위해 담배를 끊습니다. 앞으로 내가 담배 피우면 누구든지 내 마빡을 치고 가세요]


민영이가 핸드폰 화면을 보고, 현욱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현욱이 이마를 세게 한대 쳤다.


현욱이 ‘아파!’ 하고 소리치더니 엄살 섞인 과장된 모습으로 이마를 쓱쓱 문질렀다. 민영이가 피식 웃었다. 민영이의 웃는 모습에 현욱이도 큰 소리로 웃었다.


사진을 찍고 있던 창수가 갑자기 깔깔대고 웃는 둘을 보더니, 지은에게 ‘저것들 뭐지. 병신같이.’라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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